사람의 마음은 책이 아니라서 읽을 수 없다. 읽을 수 없으니 그저 상대의 말과 행동, 표정과 몸짓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속마음이 말이나 행동과 다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만일 마음이 책과 같아서 읽을 수 있다고 하자. 책을 제대로 읽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더러 안 그런 책도 있지만,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책장만 넘어갈 뿐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얻으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추측하고 상상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종합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사람을 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전체에서 출발한담녀 더 ㅁ낳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배려해야 한다. 사람의 망므을 읽을 수 있다고, 제대로 읽었다고 장담하는 순간 오히려 우리는 관계의 함정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 가령 어제 있었던 일처럼 말이다.
퇴근하려던 김 주임이 내게로 오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묻는다.
"부장님, 혹시 우산 하나 더 있으세요?" "아니, 하나밖에 없든데, 왜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찮아요." "뭐가? 뭐가 괜찮은데요?" "그만 들어갈게요. 내일 뵙겠습니다."
김 주임은 꾸벅 인사하고 돌아선다. 나는 눈치 없는 사람이지만 그 순간 번뜩하고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김 주임, 우산 이거 가져가요."
"아뇨! 괜찮아요." 그러나 나는 김 주임의 마음을 읽어 낸 자신이 대견하다.
"가져가라니까. 어서 고집 부리지 말고 가져가요."
"정말 괜찮아요. 괜찮다는데 부장님 왜 자꾸 이러세요!"
대화는 어느새 작은 실랑이가 돼 버렸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난감한 일이다. 내가 단박에 그 마음을 읽었다면, 미안함을 주지 않고 쉬이 그의 손에 우산을 들려 보낼 수 있었을 것을. 책도 사람도 행간의 묘미를 잘 읽어야 오해 없이 명쾌한 법인데, 낸 왜 이게 서툴까. "차 한 잔 하자."는 말의 의중을 못 읽고 "난 마셨는데."하고 말해 버린 것을 뒤늦게 알아챈 것 같은 민망함. 그 민망함이 김주임을 더 붙들고 놓지 않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실랑이를 쭉 듣고 있던 이사님의 말이 나를 더 민망하게 만들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이사님 왈, "지금 밖에 비 안 오는데."
김상득 님 | 듀오 기획부장
-《행복한동행》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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