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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 궁시렁/리뷰/♡ 좋은글

♡ 배려는 공존의 원칙이다 ♡

♡ 배려는 공존의 원칙이다 ♡






비의 영향인지 교차로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사거리에서 서로 엉키지는 않았다.
운전자들은 녹색 신호에도 움직이지 않다가
앞차들이 움직이는 것을
감안해 교차로에 진입하곤 했다.





그런데 멀리 차도가 휘어지는 부분에서
차량들이 움찔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움직임이 조금씩 앞으로 전해져 오는 게 보였다.
'저게 뭘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의 신호.
차량들의 움찔하는 움직임이
교차로까지 확산되면서 장관이 펼쳐졌다.





끝도 없이 이어진 차량 행렬이
마치 영화 『십계』의 홍해처럼 갈라졌다.
작은 움직임들이 차선 하나를 만들어냈고,
구급차량이 그 길을 타고 질주해서 거리를 통과했다.
그것은 분명 기적 같은 연출이었다.
나는 수많은 운전자들이
동시에 펼쳐낸 매스게임에 감탄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할 때
구급차에게 차선을 양보해준 적은 있지만,
그런 작은 양보들이 모여 이처럼
장대한 광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 갑자기
아래쪽에서 누군가의 고함과 비명소리가 들렸다.
철제 난간을 짚고 내려다보니
보행자 통행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노점상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손수레에 매달린 채 울부짖고 있었다.





단속반원 세 명이 손수레를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이었다.
보도블록 위에 인형들이 널브러진 게 보였다.
아주머니는 손수레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그때 한 여자가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줍더니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돈을 건넸다.
그것이 신호였을까.
주변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인형을 주웠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단속반원들은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다. 공존의 원칙이다.


『배 려』 (한상복님 지음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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