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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 궁시렁/리뷰/♡ 좋은글

☆ 차 한잔의 사색



차 한잔의 사색  



여기

순수를 따다 만든 차 있는데

무심으로 차 한잔 하시지요


문밖 인기척에도 얽매이지 말고

방안 물 끓는 소리에도 얽매이지 말고
눈에 보이는 차 색깔에도 얽매이지 말고
코에 느껴지는 차 향기에도 얽매이지 말고

혀에 닿는 차 맛에도 얽매이지 말고



누구의 찻그릇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 내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차 마시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기쁜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슬픈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오고 가는 세상사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의 그 순수만 마시면 되지요.



그래도 그냥 차 한잔하는 마음 허전하시면

산사의 노승은 찻잔에 차 꽃이나 띄워 마시지요



풍경소리에는 귀 씻어주는 순수가 숨어 있고

차 꽃에는 찻잎 틔우는 순수가 숨어 있을 테니까.





- 황청원 님의 산문집 <새벽여행>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