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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만난 날, “나만 따라와!” 하며 자신 있게 앞장서서 가던 내가 갑자기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1미터 넘게 파인 구덩이를 못 보고 지나가다 빠진 것이다. 바동대며 올라온 나는 다른 사람에겐 비밀이라고 신신당부했다.
유민아 님 | 대전시 중구 태평동
남자
두 달만 쓰고 돌려주겠다는 친구 말에 2천만 원을 빌려 줬는데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 받고 있다. 아내 잔소리에는 그 이야기가 꼭 나온다.
김무한 님 | 부산시 북구 화명3동
집에 형광등이 나가서 새로 교체해야 하는데 내가 못 하고 있자 그녀가 나서서 거뜬히 형광등을 갈아 끼웠다. 그때 내 약점이 보였다.
민대규 님 | 충남 천안시 쌍용2동
몸이 유연하지 못한 나는 발차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그녀의 발차기는 일품이다. 가끔씩 자기 손을 높이 들고 한 번 차 보라는 그녀. 태권도를 배워야 할까?
유지훈 님 | 대전시 유성구 궁동
비상금을 책갈피 속에 숨겼는데 아내는 그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시치미를 뗐지만 아내는 날짜 별로 입출한금액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김영일 님 | 경남 진주시 중안동
친구와 밥을 먹는데 그녀가 같이 식사하자며 전화를 했다. “회식하고 있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잠시 뒤 내가 있는 식당에 그녀가 저녁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닌가. 그날 나는 제대로 약점 잡혔다. 변태희 님 | 서울 금천구 독산4동
여자
그의 달콤한 노래에 사로잡힌 나. 그는 내가 토라지거나 자기 전에 통화할 때마다 꼭 노래를 불러 준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게 나의 약점이다.
조미경 님 |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치료 중인 신랑은 삐치면 꼭 약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1년간 해야 하는 치료인데 중간에 그만두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래서 늘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한다.
황경희 님 | 부산시 사하구 당리동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 밤새 속이 안 좋아 토한 걸 신랑이 다 치우고 속풀이도 해 주었다. 그런데 신랑은 그 일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야기한다. 왕지현 님 | 전북 정읍시 연지동
누가 내 옆구리를 찌르면 나는 참지 못한다.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아 버린 그는 곤란할 때면 검지를 슬금슬금 내 옆구리로 가져온다. 세상에 옆구리 찌르기보다 강한 무기는 없는 것 같다. 조혜영 님 | 경남 진주시 하대동
얼마 전, 월급보다 카드 값이 더 많이 나왔는데 그 명세서를 남자친구가 보게 되었다. 그 뒤부터는 카드로 물건을 살 때 남자친구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홍서이 님 | 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필자 : 필자 없음님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09년 0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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