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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절망하지 않으려 부른 사랑의 찬가
에디뜨 피아프의 연인들
에디뜨 피아프(1915~1963)는 죽은 지 40년이 다 된 지금도 생전의 히트곡이 전세계에서 전파를 타고 있는 가수 중의 가수다. 늘 검은 드레스를 입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로 불렀던 <빠담 빠담>, <사랑의 찬가>….
하지만 그녀의 삶은 처절하게 고통스러웠으며,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아프의 노래를 들으며 자기 아픔을 대신해 주는 목소리로 여겼다. 때로는 속삭이듯이 때로는 절규하듯이 부른 그녀는 늘 민중의 곁에 있었다. 진정한 민중가수였던 그녀 생의 불행은 대부분 남자들 때문이었다. 수많은 남자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버리지 않은 남자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 사랑 때문에 늘 상처받으면서 <사랑의 찬가>를 부른 그녀의 생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했다.
곡예사였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징집된다. 열네 살 연하의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일찍도 식어 난 지 2개월밖에 안 된 딸을 친정 부모에게 맡긴다. 남편과 인연을 끊기 위해서였다. 딸이 두 살이 되었을 때 휴가를 얻어 집에 온 아버지는 경악한다. 알코올이 병균을 죽인다고 믿는 무지하고 가난한 처가에서 딸은 포도주가 섞인 젖병을 빨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그녀를 데려와 맡긴 곳은 자기 어머니가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창녀촌, 그래서 어린날 피아프의 친구는 거리의 여인들이었다. 세 살 때 뇌막염 합병증으로 실명했으나 4년 뒤 시력을 되찾았고, 유년기의 영양실조는 그녀를 150센티미터의 작은 키로 살아가게 한다. 학력은 초등학교 1년 재학이 전부로, 열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열다섯 살 때, 거리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냘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모자를 내밀면 사람들은 동전을 던져 주는 것이었다.
피아프의 방랑생활에 제동이 걸린 것은 피아프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피아프가 열일곱 살 때, 공원이었던 데유몽과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 마르셀이 태어난다. 착실한 데유몽은 아내가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일에 찬성할 수 없었다. 가정을 지키라는 남편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는 피아프는 경제력 없는 남편을 곧잘 무시하였고, 데유몽은 이에 상심하여 홀연히 사라진다. 그 무렵부터 거리가 아닌 나이트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지만 딸은 생후 2년 5개월 만에 뇌막염으로 죽는다.
그녀는 그때부터 응어리진 가슴으로, 혼신의 열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가수로 정식 데뷔, 음반 출시, 히트곡 탄생 등 행운이 뒤따른다. 모리스 슈발리에와 장 콕도가 후원자로 나서고, 작사가 앗소는 글자를 읽고 쓰는 법, 의상을 입는 법, 화장법 등을 가르치며 그녀를 일류 가수로 키운다. 그러나 행복은 불행을 동반하는 법인지 가수로 명성을 얻어 가는 과정에서 악재가 겹친다. 또 한 명의 후원자였던 흥행사 르프레가 살해되자 용의자로 지목되어 취조를 받고 사람들은 그녀를 살인자라고 야유한다. 연정을 느끼고 있던 앗소조차 영장이 나와 그녀 곁을 떠나간다. 가수 폴 모리스와 이브 몽땅 역시 그녀 곁에 잠시 머물다 떠나간다.
하지만 마르셀 셀단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무대에 진출한 1947년에 만난 셀단과의 사랑은 '열렬함' 바로 그것이었다. 피아프의 사랑에 힘입어 미들급 세계 챔피언이 된 셀단은 피아프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순진한 남자였다. 1949년 10월 28일, 미국 공연중이던 피아프가 파리에 있던 셀단에게 지금 당장 보고 싶다며 애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자 그는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 비행기의 추락으로 챔피언은 불귀의 객이 된다. 그녀 곁에 늘 있고자 했던 첫번째 남자의 이름은 묘하게도 죽은 아이의 이름과 같았다. 셀단의 죽음은 그녀로 하여금 노래 <사랑의 찬가>의 가사를 쓰게 한다. 영어 가사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정말로 날 사랑한다면, 이 세상 끝까지라도 따르겠어요”이지만 불어 가사는 그렇지 않다. “당신이 날 사랑만 해 준다면 친구는 필요 없어, 조국도 배반하겠어….” 비통함이 배어 있는 내용이다.
그 뒤 그녀 곁에는 네 명의 남자가 머물다 멀어져 간다. 그녀 생의 마지막 불꽃도 사랑이었다. 미용사 레오 사라포를 가수로 데뷔시키면서 46세의 그녀는 27세의 그와 결혼한다. 결혼 1년 만에 눈을 감는 피아프의 곁에는 그녀를 버리지 않은 두번째 남자 사라포가 있었다. 하지만 그도 서른네 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필자 : 이승하님 시인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00년 07월호 | |
